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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 성석제
- 주인공 김만수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양한 화자들이 돌아가며 만수와
인연이 있었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어릴적부터 만수는 부족함이 많았다. 머리는 크고 팔다리는 가늘었다.
천재 소리를 듣던 백수와는 달리, 공부를 잘 하던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머리도 좋지 못했다.
다만 만수는 성실했고 본인보다 가족들을 항상 우선시 생각했다. 단지 그가 좋아서 했던 일이었다.
그런 그는 역동적인 현대사를 관통하며 다른 이들을 위한 삶을 살았다. 가까이는 그의 가족이였으며,
멀리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투명인간은 만수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마지막 서강대교 위의 만남은 무엇을 의미하는것인지 잘 모르겠다. 단순히 투명인간 석수의
망상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을 설명하고 있다. 석수는 그런일을 업으로 삼고 살았지만 말이다.
사는 것 보다 죽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를 할 때 안도함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투명인간이었던 만수는 사라졌다.
긴 여운에 여러번 읽어봐도 좋은 소설. 평범함을 가장한 비범함에 우리 부모님세대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게 되는 소설.
각 인물들의 성격과 심리가 섬세하게 담아있어 생동감 넘치는 소설. 만수가 아닌 다른 인물들로 사건을 정리해 보는 것도 즐거울 소설.
[21p] 여보, 나는 아침에는 낚시하고 오후에는 사냥을 하고 저녁에는 소를 몰아오고 저녁을 먹은뒤에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가고싶소. 하지만 나는 나일 뿐, 사냥꾼도 되지 않고 어부도 되지않고, 목동도, 사회에 불평을 털어놓는 것을 일삼는 사람도 되지 않을 거요. 내 아이들 손자들, 그 아이들의 후손까지 모두 그렇게 자유롭고 자율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고싶소.
[161p] 만수야, 미안해. 정말 미안. 병문안 못 가서. 크림빵, 단팥빵, 소보루빵, 찐빵, 호빵, 왕만두, 야끼만두, 물만두, 통만두 다 사가고 싶었는데, 너에게 빈손으로 갈 수 없어서 못 갔어. 하지만 맹세할게. 영원한 우정을 너에게 바칠 거리고. 지금 우리는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부자겠지? 빨리 나아서 학교에서 만나자. 영원히 마음으로 너를 사랑하는 친구. 동해가.
[163p] 내가 궁금해했던 것을 지금 곧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이란 죽을 때 등잔에 기름이 다해 불이 꺼지듯, 방 안의 전등이 꺼져 암흑에 잠기는 것처럼
의식이 스러지면 모든 것이 그인 것인가. 그럴 것이다. 그러하다. 내가 유물론자였음을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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