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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랬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완벽한 타인'은 많은 사람들이 추천했음에도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다. 대신 내 방 침대에 누워 스트리밍 서비스로 작은 핸드폰을 통해 큰 울림을 얻었다. 다른 사람들이 추천한 영화였기에 나는 엄청나게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처음 영화를 볼때 공연을 앞둔 개그맨 앞에서 팔짱을끼고 한번 웃겨봐라라고 마음의 장벽을 두룬 사람과 같이 사실 이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지 평가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완벽한 타인은 정말 잘 쓰여진 각본 위에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력이 만들어낸 훌륭한 작품이다. 
한 장소에서 대화로 긴장감과 몰입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예전 맨프롬어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더불어 제목에서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던져주는 선명한 메세지는 관객들의 머리속에 박혀서 긴 여운을 남게 해준다. 

영화가 끝나고 남은 깊은 여운을 얼른 글로 남기고 싶었으나, 영화에서 던져주는 선명한 메세지와는 별개로 영화 곳곳에 녹아있는 디테일한 설정과 연기는 매번 볼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아,  쉽게 리뷰를 남기게 허락하지 않았기에 글로 정리하는게 여간 쉽지 않았다. 내 스스로 이 영화에 대해서 잘 표현하자는게 너무 어려워서 완벽함을 포기하고 뭐라도 하자라는 심정으로 글을 남긴다. 

(이 글은 영화의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어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들에게 스포일될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태수(유해진 분), 석호(조진웅 분), 준모(이서진 분), 영배(윤경호 분)은 어릴 적 부터 30년 넘게 알고 지내온 죽마고우다. 그들은 어릴적 월식의 순간을 함께 공유했었고, 성인이 된 지금도 월식이 있는 날, 이사온지 1년이 지난 석호의 집에서 집들이를 하기 위해서 모였다.

석호는 가슴성형을 주로 하는 성형외과 의사이고 그의 아내인 예진(김지수 분)은 정신과 의사이다. 그들 사이에는 어릴적 속도위반으로 얻은 소영(지우 분)이라는 스무살 된 딸이 있는데, 요즘 한창 연애중인듯 하다. 그런 소영을 예진은 못마땅하게 여긴다. 


예진 "거짓말은 남이 아니라, 네 자신을 속이는 짓이야.. 결국 망가지는건 너야."

예진은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 소영이 못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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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은 아무렇지 않게 소영에게 거짓말은 자신을 망가트리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주인공들 중 가장 망가져 있는 인물은 결국 남편의 친구인 준모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예진, 자신이다. 
예진은 소영에게 어릴적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며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예진은 성인이된 지금까지도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가고있다.


석호의 집에 하나 둘 씩 친구들이 모이고 서로의 안부를 나눈다. 그러던 중 21살 자신의 회사의 연습생과 바람이난 순재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불륜사실을 친구들이 알고도 순재의 아내에게 이야기 해준것이 잘못인지 아닌지를 두고 이야기 하게 된다. 태수, 석호, 준모, 영배 모두 순재의 불륜사실을 알고 있었고 친구들끼리의 비밀에 대해서 이야기 하던 중 예진은 다음과 같이 질문하게 된다. 

 

예진 "그럼 우리들 중에 비밀이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거야? 

석호 "당연하지! 최소한 이것들 하고는!"

(생략) 

예진 "그럼 우리 게임한번 해볼까?" 

서로 비밀이 없다고 확신하는 석호와 게임을 제시하는 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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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진은 게임을 통해서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가장 큰 치부이자 비밀인 불륜의 상대가 함께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연락 올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와 동시에 준모, 세경(송하윤 분)의 비밀을 알고싶은 마음이 강했을꺼라 생각한다. 
월식의 끝과 함께 영화의 끝에서 결국 게임을 안하고 헤어지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비밀의 공유의 사실과 상관없이 가장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석호-예진 부부라고 생각된다. 
준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메니저의 임신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결국 예진이 그 위험한 관계를 정리했을까? 
이미 준모와 세경이 결혼한 상태인데도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예진이 말이다. 


 

게임은 시작되었고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발생한다. 그러면서 영배와 태수의 아내 수현(염정아 분)이 나누는 대화는 연출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했다고 할 만큼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분명하게 들어난다. 

 

수현 "사람이 결혼을 하고 애기를 갖는게.. 순서니까?"

영배 "그럼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애기도 없으면 사람이 아닌거네?"

수현 "아니.. 저는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을 얘기 한건데.." 

영배 "에이, 대부분 그런다고 꼭 나도 그래야돼? 그건 아니지~"

(생략)

영배 "뭐야, 그러면 결국 남한테 의지하지 않으면 행복해 질 수 없단 얘기네?"

(생략) 

영배 "지난번에 우리 신에 대해서 이야기 했을 때도 마찬가지야,
왜 자꾸 내 인생을 다른 것에 의지하려고 하냐고..
나는 싫어" 

수현이 말하는 보편적 가치에 동의하지 못하는 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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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배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계층들에 대한 목소리를 이야기해준다. 단순히 게이여서가 아니라 남들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왜 억압받고 손가락질 당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그들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다른 문제다). 그리고 또 왜 영배의 핸드폰이 태수의 핸드폰과 똑같아야 했을까?에 대한 답변이 되는 대목이다.  남편에게 순종적이고 유교사상을 가지고 있는 수현과 영배 대신 자신이 게이가 되버린 태수의 갈등이 최고가 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태수는 아내 수현보다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가장이면서 동시에 친구가 게이라는 사실을 애써 숨겨주려고 하는 모습이 애처로우면서도, 입체적인 인물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비밀의 공유 없이 가장 행복해진 커플은 태수-수현이다. 

 

자리 중간에 와인을 쏟아 옷을 갈아입으러간 석호와 그를 도와주기 위해.. 그리고 정신과를 무시한다고 생각했던 남편 석호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에대해서 화가난 예진은 그와 방안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석호 "뭐라도 해보고 싶어서.. 우리가 헤어진다 하더라도 노력은 했구나 할 수 있게.." 

예진 "효과는 있어?"

석호  "근데 한가지 확실하게 배운게 있어. 모든 관계는 서로 다른 다는걸 인정하는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이 다 다르잖아 생각도 다르고 행동도다르고 사랑하는 표현법도 다르고...
근데 우리는 그거를 보통 틀렸다라고 말하고.. 상처를 주고 받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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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는 자신의 병원건물과 집을 담보로 잡혀 대출을 받은 뒤 투자사기를 당해 매우 불안한 상태이다. 그것과 함께 예진과 멀어진 것에 대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 이다. 여기서 석호의 대사 또한 연출자의 직접적인 메세지이다. 간결하면서도 단순하다. 그리고 이 대화를 통해 석호와 예진의 갈등은 해소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면대에 담궈놓은 석호의 셔츠처럼 둘의 관계는 점점 더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암시한다. 그것은 석호의 투자사기 뿐만 아니라 예진의 불륜 사실에 대한 암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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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배의 남자친구인 민수에게 연락이오게 되고 수현은 태수가 게이인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누명을 쓴 태수는 영배를 위해서 영배를 감싸주며 필사적으로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하지만 어느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민수에게 입술이 그립다는 문자를 보고 난 뒤 수현은 태수가 게이임을 확신하게 되고, 그동한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태수의 행동이 모두 그 때문이라고 오해하게 된다. 

 

수현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낯선 사람이였네"

수현 " 사람들은 서로 갈라서는 법도 배워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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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현의 말은 연출자의 메세지가 반복되는 느낌이다.
우리는 결국 남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듯 하다. 
아무리 친구고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남이고, 서로를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일 수 밖에 없다. 


 

월식이 끝나고 이 모든 것은 다행이지 모르겠지만 없던 일이 된다. 게임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들과 그들의 아내들은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친구들을 모두 돌려보내고 석호와 예진이 나누는 대화

 

예진 "아까 핸드폰 게임 왜 안한다고 했어?"

(생략)

석호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들이 없어요 . 우리는 상처받기 쉽고... 
사람들 내가 아는것 보다 낯설 수 있거든, 굳이 서로에 대해서 많은걸 알 필요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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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의 끝에 비춰주는 핸드폰과 귀걸이. 귀걸이는 프로 불륜남 준모가 자신의 아내 세경에게 결혼 반지를 주문하며 같이 주문하여 선물한 귀걸이이다. 준모가 레스토랑 매니저를 임신시킨 사실을 알았을 때는 준모에게 귀걸이를 줘버렸지만 이 비밀을 모르는 예진에게는 저 귀걸이는 자신의 소중한 사랑의 증표이자 비밀이다.  그런 귀걸이와 모든 비밀을 알 수 있는 핸드폰은 항상 가깝게 두지만, 서로를 모른다. 

 


 

태수 "이쁘네.. 당신 머리 전보다 나아 지금이"

수현 " 진짜?"

 

 

 


 

누군가에겐 비밀의 공유가 독이되고, 다른 누군가에겐 비밀의 공유가 쓴 약이되었다. 영화에서 처럼 모두가 극단적인 비밀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건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이라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려 할 수록 그 사이의 관계는 녹아버린 아이스크림과 같아진다. 아무리 친한 친구사이, 사랑하는 사이,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자신의 비밀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다. 물론 모든 비밀을 서로 공유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로가 감당할 수 없는 비밀이 분명 존재하며, 서로에게 진실함을 무기삼에 폭력을 휘두르는 일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 

리뷰를 쓰기 위해서 영화를 여러번 돌려가며 보았는데, 볼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여서 놀랐다.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는 계단에서 소리지르며 딸의 죽음을 슬퍼하는 대작 명화보다도 더 훌륭한 것으로 느껴졌다. 언제쯤 이 영화를 다시 볼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들때 다시한번 본다면 그때는 또 다른 온도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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