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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과 같이 바쁜 날들을 보내다 보면 주위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아니 사실은 노력이, 공감하기 위한 노력이 없다.
다른 이와 공감하는 것은 철저하게 나의 자유의지에 달렸지만 숨 쉬듯 공감되는 말이나 행동이 있고 진심으로 공감하고 싶지만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 * *
공중에 새를 심었다
이제 하늘 밖으로 날아갈 수 없는 새들은바람에 흔들리는 모종처럼작고 가벼운 날개를 파닥거린다
날아도 날아도 그 자리
.......
일용할 양식을 낟알처럼 쪼아대며새들은140자 안에서 허락된 자유를 누리고단문을 점점 좋아하게 되고공백과 기호들을 풍성하게 사용할 줄 알게 되지
새들은 오늘도 윗, 윗, 윗, 윗, 트윗, 트윗, 트윗,지상의 작은 방앗간에서
파일명 서정시 - 「새를 심다」 중에서
나희덕 시인의 '파일명 서정시'는 공간과 시간을 넘어서는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의 기회를 준다.
그중 일부는 내가 아직 겪지 못한 타인의 아픔이며
다른 일부는 이미 나의 얼룩이다.
* * *
나날들이 나달나달해졌다. 끝까지 사람으로 남아 있자는 말을 들었다
축생도에 속한 존재들은 오늘도 우글거리다 우리로 돌아갔다그 자리에는 무수한 비늘들과 털들이 흩어져 있다잘린 줄도 모르고 여전히 날름거리는 혓바닥도 몇 있다
.......
축생도의 우기가 너무 길다 축축한 빨랫감들이 내뿜는 냄새를 견딜 수 없다
좀 처럼 마르지 않는 나날들이다
파일명 서정시 - 「나날들」 중에서
* * *
우리의 시대는 타인의 아픔에 너무 가깝다그렇기 때문에 더욱 무디다
광화문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노래하고 머리에 늘어뜨린 슬픔을 두른 사람들은 오늘도 탑을 오른다
쓰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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